퇴사한다고 지른 뒤 잡힌 팀장님과의 면담에서, 퇴사를 번복했다.
마음과 몸이 너무 힘들었고, 앞으로도 힘들 걸 알지만, 시작한 프로젝트 끝은 보고 싶었다.
다만 앞으로는 너무 내 자신을 재촉하지 말고, 다른 이들에게 예민하고 방어적으로 굴지 말고
내려놓을수록 더 잘 채울 수 있음을 생각하면서 일하려고 한다.
힘 빼고 할수록 더 잘 나가는 수영처럼 말이다
(물론 쉽지는 않겠지? 데드라인이 고정된 프로젝트니까)
아무튼, 서울 일일강수량이 11년만에 최대치를 찍는데, 비 맞으면서 드럼 수업 들으러 갔다(...)
집도 그렇고 드럼연습실도 그렇고 언덕 위 동네라 침수 걱정은 없어서 좋다
도착하니 연습실은 적막했다. 역시 이 날씨에 밤중에 드럼치러 오는 사람이 어딨을까? 연습실 안쪽에서 선생님이 물 새는 곳을 고치며(...) 맞아주셨다. 아무래도 건물이 연식이 좀 되는 건물이라 조금씩 새는 곳이 있나보다. 내 수업만 없었어도 쌤은 집에서 편히 쉬고 계셨을 텐데 괜히 머쓱했다. 저도 비가 이렇게 올줄은 몰랐습니다 선생님...
간단히 인사하고 드럼 혹은 드럼 외 다른 악기 배운 경험을 물어보셨다. 드럼 경험이야 당연히 0이고, 다른 악기라고 해봐야 초딩 피아노, 고딩 오카리나 수행평가 정도가 전부라고 말했다. 그럼 충분하다고, 악보와 4/8/16분음표 볼줄만 알면 된다고 하신다.
드럼은 왜 배우려고 하냐고 여쭤보셔서, 정말 부끄럽지만 영화(위플래쉬ㅋㅋ)속의 Caravan이란 곡이 너무 멋있어서라고 말했다. 혹시 나처럼 영화보고 온 사람이 많냐고 여쭤보니까 그렇지는 않고 그냥 갑자기 한번 배워볼까? 싶어서 오신 분들이 많다고 하신다. 하기야... 이것도 벌써 8년 전 영화니까. 나도 그만큼 늙으셨다는거지~
이후는 바로 세트에 앉아 수업을 진행했다
첫째도, 둘째도, 셋째도 자세
기타와는 달리 드럼은 인터넷 어디를 둘러봐도 독학을 추천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, 수업을 들어보면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된다. 초심자는 치는 내내 자세가 망가진다. 박자를 맞추려면 자세가 무너지고, 자세를 바로잡으면 박자를 놓친다. 자세랑 박자 다 맞췄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면 미세한 곳에서 미스가 나 있다
드럼 자세에서 주의해야 할 부분은 아래와 같았다
스틱 잡는 법
- 엄지와 검지로 잡은 후, 나머지 손가락을 감싸면 된다- 감싼 후에는 오히려 엄지와 중지에 힘을 주고 검지는 받쳐만 준다- 손의 위치는 내 스틱인 Promark 기준으로 검지가 America의 A에 닿도록 한다.
상반신과 스트로크
- 어깨에는 힘을 빼고, 팔꿈치는 허리 옆에 가볍게 둬야 한다- 손은 항상 손등이 천장을 향하게 한다
- 손을 지면과 수평으로 들어올린 후, 손목과 전완을 꺾어 뒤로 보낸 후, 손목 스냅으로 내려친다
- 이때 스틱 가장 끝이 스네어를 때린다는 느낌으로 때려줘야 한다
- 내려칠때 스틱이 스네어의 가장자리에 부딪히면, 손목을 살짝 들어 부딪히지 않게 스틱을 들어줘야 한다.
- 스틱을 들어올릴 때는 스틱 끝이 시야에서 안 보일 정도로 크게 들어올린다. 이때 팔꿈치는 옆으로 벌어지면 안된다
4분음표/8분음표/16분음표
자세를 몇번 잡고 나서 바로 세트에서 스네어 연습으로 들어갔다.
RLRL과 음표가 적힌 악보를 주고 박자에 맞게 치는 연습이었다. 처음 한두번은 강사님이 시범을 보여주시고, 그 뒤로는 내가 알아서 박자에 맞게 쳐야 한다. 4분음표 → 8분음표 → 16분음표순으로 어려워지고 한번씩 복병으로 쉼표가 숨어있다
...하지만 사실 나는 집에서 혼자 음악틀어놓고 책상 두들기는게 취미라 이 부분은 크게 무리없이 넘어갔다.강사님은 아마 쉼표 나오는 부분에서 꼬일거라 생각하신 것 같은데, 다 치면서 넘어가니 오~ 하시는데 너무 웃겼다 ㅋㅋㅋ
하이햇과 스네어, 그리고 베이스드럼
박자연습이 끝나니 하이햇, 베이스드럼까지 섞어서 삼지분리의 단계로 넘어왔다. 여기서부터가 진짜인데, 자세가 정말 끝도없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
하이햇, 스네어, 베이스드럼 치는 법
- 스네어의 오른손을 그대로 들어서 하이햇에 올리면 된다
- 하이햇의 패달은 앞발로 밟아주고, 뒷발은 아주 살짝 지면에서 수평으로 들어준다
- 하이햇은 스틱의 끄트머리가 아닌, 중간의 대로 때린다는 느낌으로 쳐야 한다
- 하이햇은 다른 스네어, 베이스드럼과 관계 없이 항상 동일한 세기로 쳐야 한다(첫박에 힘 들어가는 사람은 힘을 빼야 한다)
- 손목 스냅의 스냅을 이용해서 내려치며, 들어올릴때도 마찬가지로 크게 크게 들어준다.
- 스네어의 정 중앙을 때려야 한다. 손목이나 팔꿈치가 이상한 위치에 가면 스네어의 중앙을 때리지 못한다
- 앞발로 베이스드럼 페달의 앞부분을 밟고 뒷발은 지면에서 수평으로 들어올린다
- 앞발은 계속해서 누른 상태를 유지해서, 해머가 드럼에 계속 붙어있도록 한다
- 발목을 위로 든 후,발목을 내려치면서 소리를 낸다
- 생각보다 강하게 밟아서 소리를 크게 내는 것이 좋다
강사님이 치고싶은 곡이 있으면 얼마든지 이야기하라고 하신다. 그야 당연히 Caravan이죠 라고 하려다가 '쉬운 것 중에서' 라는 말에 막혔다. 어떤 곡을 얘기해 볼까? 애초에 나한테는 다 어려운데... 수영할때처럼 유튜브 많이 보면서 고민 해 봐야겠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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